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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멍뭉!/이런 저런 생각들

팔공산 갓바위(feat. 소고기 특수부위)

by 김멍뭉씨 202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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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늘 준비를 한다.

하지만 막상 그때가 오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음을 깨닫곤 한다.

갓바위를 가기 위해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든 생각이다.

 

처음 갓바위를 갔던 때를 떠올려보면

남아있는 기억이라고는

계단이 엄청 많았고 힘들었다는 기억과

정상에 올랐을 때 참 기분이 좋았다는 기억이다.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새해에 계획을 세울 때 결정했다.

2021년 6월에 꼭 갔다 오겠다고.

그리고 그날이 벌써 왔다.

상반기를 정리하며 되돌아보고

하반기를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겠다는

거창한 타이틀은 그저 형식적일 뿐이고

그저 그때의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갓바위 등반 D-1.

한우 특수부위

새로운 가족과 함께한 저녁 메뉴는 한우!!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오랜만에 찾아뵈서인지

아버님께서 맛있는 저녁을 사주셨다.

심지어 특! 수! 부! 위!  'ㅁ'/

아버님! 잘 먹겠습니다!!! +_+

 

너무 익히면 질겨지니까 인분수대로!!!

특수부위가 익어가는 자태

 

아.. 또 먹고 싶다...

소고기는 소금만 살짝

좋은 사람과 좋은 음식으로

체력은 물론 기력까지!!

몸과 마음을 좋은 에너지로 가득가득 채운 행복한 하루였다.

 

갓바위 D-Day!!!

드디어 애타게 기다려온 갓바위 오르는 날!

후덥지근한 날씨 덕에 오르기 전부터 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갓바위 돌계단까지 이어지는 길의 울창함과 여유로움에 빠져

시작도 전에 숨이 차올랐지만 신이 났다.

 

갓바위 돌계단

외우기도 쉬운 1년 365일.

계단수가 1,365개다.

이번에 오기 전에 검색해보니 63 빌딩 계단수가 1251개라고 한다.

 아직 특별히 원하는 소원은 없어서 일단 킵!

설레는 기분으로 출바~~~~ 알

하자마자 숨이 턱턱 막혀온다.

우리는 살면서 늘 준비를 한다.

하지만 막상 그때가 오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음을 깨닫곤 한다.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이 순간만 오롯이 다가온다.

다른 잡생각은 들어올 틈도 없이

내딛는 걸음,

가쁜 숨과 거친 숨소리,

흐르는 땀,

그래 난 이걸 원했다.

 

나는 등산이 취미라고 할 정도로 즐겨하진 않지만

산을 보고 느끼는걸 참 좋아한다.

산을 오르는 것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

앞만 보고 직진으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굽이굽이 펼쳐져 있고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다가도 어느새 내리막이 이어진다.

곧 나타날 오르막을 알지만  그 짧은 순간이 참 좋다.

그러다가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나고

몇 걸음 가지 않아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오르다 보면

평지도 나오고...

그렇게 가다 보면 결국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그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지금 내딛는 이 한걸음이 쌓여 결국 정상에 도달함을 알기에

정상에 도달했을 때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그 한걸음을 좋아한다.

계단의 끝을 보면 엄두가 안 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지금 내가 내디딜 수 있는 계단은 오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 나는 존재함을 느낀다.

 

마지막 안내판

80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면 힘을 내자.

정상이 머지않았다.

 

그렇다고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가파른 계단이 삶의 시련처럼 다가올 것이다.

마지막 시련

하지만 큰 시련도 피하기보다는

마주하고 묵묵히 나 아가다 보면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련을 만나게 된다.

시련은 완만하거나 가파르거나

내리막인 듯하다가 오르막이 끝없이 펼치지고

오르막만 있는 듯하다가도 내리막과 평지가 이어지기도 하고

정말 다양한 형태로 만나게 된다.

그렇게 만나는 시련들을 우리는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된다.

그 크고 작은 시련들이 곧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련들을 향한 크고 작은 한걸음 한걸음이 쌓여

삶의 계단이 하나하나 채워진다.

 

갓바위 정상 풍경

그렇게 1,365개의 시련을 마주하고 받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은

내가 기대한 것 이상의 보상이었다.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세로토닌이 뿜어져 나온 결과임을 인지했지만

찰나일 뿐이었다.

이성적으로 뭔가를 생각하기엔

벅차오르는 감동이

감히 밀어낼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밀려왔기 때문이다

한 없이 쏟아지려는 눈물을 

살짝 훔쳐내며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 앉아 명상을 했다.

흐르는 땀과

뜨거운 햇볕과 바람

사람들의 웅성거림

불경을 읽는 스피커 소리

거칠었지만 서서히 안정되어가는 나의 호흡

나의 모든 것이 그 순간에 존재했다.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

호흡과 마음을 고르고

오랜만에 갓바위 부처님(관봉 석조여래좌상)을 뵈니

왠지 근심이 많아 보인다.

왠지 스피커 소리가 맘에 안 드시는 모양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근심이 많아 보인 것도

내가 근심이 많아서 인가 싶다.

이곳에서 다 좋았는데 불경을 읽는 소리를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은 게 옥에 티였다.

신경이 쓰이다 못해 불편할 정도로...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물론 누군가는 그 소리가 좋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모든 번뇌는 내 안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 수행(불자가 아닌데 -_-??)이 부족한지

스피커 소리는 정말 별로였다.

산에 오면 자연 그대로를 느끼는 것이 좋아서 더 그랬나 보다.

마음이 진정되니 또 잡생각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갈 시간.

하산하는 길은 어떤가.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산하는 것은 마무리와 같다.

곧 끝난다는 생각에 들떠서

오르는 길보다는 힘은 덜 들지만

자칫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가는

몸에 무리가 가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다.

경사가 가파른 만큼

오르는 길 못지않게 내려가는 길도 쉽지 않았기에

내려가는 길 한걸음 한걸음도

최선을 다했다.

 

늘 '막연히', '언젠가'를 외쳐왔던 나였기에

연초에 계획한 일을 실천으로 옮긴 오늘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큰 날이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잇는 계단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숨이 턱에 찰 만큼 힘든 날도 있을 테고

가파른 내리막에 겁이 날 때도 있을 테고

선선한 바람맞으며 느긋하게 가는 날도 있을 테다.

힘겨워도 겁먹지 말고

쉬워 보여도 가벼이 여기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자고 다짐하며

내년에도 또 오기로 마음먹었다.

 

 

p.s

쉬운 일 같지만
해보면 어렵다.
못할 것 같지만
시작하면 다된다.
쉽다고 너무 쉽게 보지 말고,
어렵다고 보고만 있지 말아야 한다.
쉽게 보이는 일도 신중히 하고
곤란한 일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질 때
매사에 성공할 수 있다.

 - 채근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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