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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멍뭉!/서평

선을 그을 작은 용기 /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by 김멍뭉씨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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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책을 좋아하지만

아직은(?) 많이 읽지 않는 나는

그냥 책이 좋은가 보다.

 

정말 읽기 위해서 책을 사기도 하지만

다른 많은 이유로 책을 사기도 한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서문이 마음에 들어서,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책장을 넘기다가 우연히 읽은 한 구절이 인상 깊어서,

선물로 주고 싶은 누군가가 떠올라서...

이 책을 읽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나에게 그림은 막연한 동경이었다.

국민학교 시절, 드래곤볼을 보고

손오공, 베지터 등등

등장인물이 극적인 장면에서

한 페이지에 몸 전체가 나온 그림이 있으면

그걸 보고 따라 그렸던 기억이

글을 쓰다가 그림에 대한 기억을 더듬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나는 그걸 코팅해서 소중히 여겼다.

그걸 혼자 뿌듯해하며 자세히 보다 보면

실제 만화의 그림과는 비슷한 듯 보여도 참 많이 달랐다.

그런데도 나는 내 그림이 참 좋았다.

그것이 그림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동경은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주변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없고

어릴 적에 만화를 보고 베끼듯 그려본 것 밖에 없는데도

언젠가 주변의 소중한 지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그 막연한 동경이

이제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편에 숨죽여 있었나 보다.

언젠가 손을 잡아주길 바라며...

 

그래.

나는 그림이 그리고 싶어 졌다.

언제나 그랬듯

막연하게...

뚜렷한 목표 없는 막연함은

실제로 그림을 그리게 하지는 못했다.

대신에 유튜브에서 그림 그리는 동영상을 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연히 그림 그리는 동영상을 보다가

그림 유튜버 이연님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고

책이 출간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고 책을 주문했다.

물론 책을 소개했다고 해서 그냥 주문한 건 아니다.

이연님의 그림 그리는 동영상을 보고

그리는 방식이 이미 마음에 들어있었다.

그 방식이 기술적으로 어떤지는 전혀 모르면서

어떤 부분이 왜 좋은지 모르지만

그냥 마음에 들었다.

음... 그 마음에 들은 부분을 설명하고 싶은데...

아직 나 자신을 잘 몰라서?

아니면 그림 자체에 대해 몰라서? 설명을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책 소개 동영상을 아주 조금 늦게 보는 바람에

사인이 인쇄된 책을 받지 못해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책 제목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그림을 그리는 기술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태도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고민을 안고 있구나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때쯤엔

이미 결재는 끝난 상태였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고,

왠지 저 책을 읽으면

내가 왜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지 알게 될 것만 같았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마음이 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생각이 많아졌고

나 자신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림이 더 그리고 싶어 졌다.

 

 

책 서평은 써본 적이 없는데

이런 식의 서평이 있나 싶다.

일기 같기도 하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은 거라...

서평이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음.. 이걸 쓰려고 한 건데 서론 참 길다...-_-)

책 제목대로

그림 그리는 게 겁이 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나에게

새하얀 종이 위에 선을 그을 용기를 주었고,

서툴러도 도전할 자신감이 생겼고,

아직은 미숙해서 보여주기 부끄러운 그림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는 상상을 하게 했고,

내가 그린 그림이라고 봐달라고 보여주는 상상을 하게 했다.

읽는 내내

떨리면서도 두근거렸고

부끄러웠지만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서리에 가두어 두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는지도 몰랐던,

누군가 손 내밀어 주길 바라며

저 어둠 속 깊은 곳에서

숨 죽이고 있던 나에게

이연님은 괜찮다며 손을 내밀어 주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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