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게 공포를 안겨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했다.
마치 내가 치명적인 독을 품은 독사에게 다가가는 어린아이 같다고...
공포 그 자체
내용만 보자면
인간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이
시대별로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책이다.
추천사도 다 비슷하다.
쉽게 읽힌다, 통찰력이 있다, 훌륭하고 매력적이다 등등
물론 내용은 그렇다.
하지만 내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내게는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책이었다.
책을 읽은 지 거의 1년이 되어가지만
이 책이 일상에서 떠오를 때마다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책을 읽은 후로 지금 서평을 쓰는 이 순간까지
일상생활에서 이 책이 수도 없이 떠올랐다.
나는 빵을 좋아하고,
간식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연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전혀 다른 형태의 공포
나는 지금 카페에서 서평을 쓰고 있다.
이제는 익숙한 대형 카페다.
빵과 음료를 파는 그런 곳 말이다.
빵을 직접 굽는 곳에서 퍼지는 향은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적당히 맛있게 익은 갈색의 빵,
달달하고 부드러운 살살 녹는 새하얀 생크림,
적당한 식감에 새콤함에 곁들여져 더울 달게 느껴지는 새빨간 딸기,
가장 많은 감각 기관을 가진 시각은
이미 후각으로 마비된 이성의 제어권을 차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이후의 과정을 떠올려보면 마치 우리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움직인다.
나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 것들을 담고 카드를 건네기만 하면 된다.
정신을 차린 후의 테이블은 한차례 전쟁이 치러진 후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이와 같은 상황은 수도 없이 발생한다.
직장 동료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달달한 커피와 간식,
지친 몸을 이끌고 하루동안 고생한 나를 위로하며 먹는 술과 안주,
유튜버들이 먹는 것을 보고 시켜 먹는 야식,
평온한 주말에 손쉽게 시켜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들,
누구나 겪는 일상의 일들이다.
가리는 음식 없이 복스럽게 먹는 게 한때는 뿌듯하기까지 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전혀 다른 형태의 공포를 느꼈다.
통제할 수 없다는 공포
내가 느낀 전혀 다른 공포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공포가 아닌가 싶다.
선천적으로 위장이 튼튼해 탈도 잘 안 나는 데다 회피형인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식과 폭식 후 잠을 자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하지만 독서와 자기 계발을 통해 '인지'하는 단계의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임을 알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돌이켜보니 인지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과거의 죽음은 기근과 역병, 전쟁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죽음은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해 암, 치매, 자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의 기근과 역병, 전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정확인 그런 것들이 무엇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가장 치명적이었는 흑사병이 퍼졌던 당시
유럽에서는 4명 중 1~2명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한번 상상해 보자.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 4명 중에 1~2명이면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들의 절반 가량이 죽음에 이른 것이다.
코로나가 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힘든 시기를 보내봤기에 간접적으로나마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공포가 무엇인지.
다행히 우리는 예방책을 알았기에 상당히 적은 피해로 막을 수 있었다.
이는 죽음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죽음은 우리를 두렵게 만들고
이 두려움은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
하지만 오늘날의 죽음은 그렇지 않다.
하루아침에 맞닥뜨리는 그런 죽음이 아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져 누적된 결과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오늘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은 너무나도 사소해서 인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심지어 알고 있어도 실행하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빵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 과자 하나 먹는다고 당장 나빠지는 건 없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맛있는 음식과 빈둥거림은 오히려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 하나하나가 쌓여 죽음에 이른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우고 인지했음에도
나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수많은 다짐과 실패를 반복해 왔다.
이번 한 번만,
오늘까지만,
내일부터,
이렇게 다짐하는 순간,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게 된다.
만찬을 즐긴 후에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지만 잠시 뿐이다.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고
어제의 다짐은 또 반복된다.
인지했다고 생각한 것들이
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너무나도 두려웠다.
독사에게 다가가는 어린아이처럼
무지했고, 용감했고, 나약했다.
같은 상황 X 다른 해석 X 다른 삶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내일도 수많은 유혹이 우리는 현혹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바꾸거나 없앨 수 없다.
그것도 평생.
이 얼마나 괴롭고 무서운 일인가.
하지만 방법은 있다.
이 시점에서 독서를 통해 배운 것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르게 해석하기로 했다.
나는 다르게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다르게 행동하기로 했다.
두려움을 직시하자 나의 세상은 달라졌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더 이상 사소해지지 않게 되었다.
작은 시작이 거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실패는 망했다 혹은 끝이다라는 해석으로 실패하는 순간 끝낼 수 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필수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이어갈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의 우리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도 언젠가는 대가는 치러야 한다.
힘들고 두렵겠지만, 이것 또한 착각이고 환각이다.
바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려는 데서 오는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그 두려움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기억하자.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려 할 때 일어나는 누구나 겪는 반응일 뿐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용기를 내자.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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